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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나타나는 우리 꽃

문학의 상징

문학의 소재로서 꽃처럼 창작자의 영감을 자극하는 것은 드물다. 꽃은 색채와 형태와 향기 자체로도 즉물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계절마다 피어나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벌과 나비와 햇빛과 비림 등의 주변적 요소들과 맺는 관계에 따라 수많은 표현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 창작자가 지닌 경험까지 개입된다면 그야말로 표현상의 중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서 만큼 허다힌 창작자들이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또 그것을 통해 유사한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이 일정한 단계를 거쳐 구상화된다는 추상적인 설명을 떠나서, 문화적 전통과 문학적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전통은 인간이 지닌 지식이 오랫동안 누적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과 경험들이 결합되는 동안 특정한 색과 맛이 발효되어 형성되는 것이다. 문학적 상징성도 문화적 전통의 일부로 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특수한 표현방식과 경향성의 측면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학은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감적 자장(磁場)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문자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것이 지닌 지시 대상과 규약, 그리고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약속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에서 단어에 대한 뜻풀이와 그것이 불러오는 배경적 이해가 함축된 것을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표현상의 지시대상(원관념)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수단(보조관념)이 응축 결합된 것이 상징인 것이다.

문학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상징을 만들고, 만들어진 상징을 활용하는 동안 또 다른 상징을 파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상징은 개별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유사하거나 비교되는 다른 개별 상징들과 관련되면서 복잡한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 문학에 나타난 꽃 상징의 유형

개별적 상징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그 상징과 관련한 상징체계의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것은 문학 연구에서 중요한 관심사이다. 개별 상징과 상징체계의 연구를 통해 문학적 전통의 구체적인 실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에 나타난 꽃의 상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특정 꽃의 상징을 예로 들고 그것과 관련한 체계를 설명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에서는 개별 꽃 상징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유형을 나누어 귀납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얻어진 자료를 중심으로 우리 문학의 꽃상징을 다음처럼 유형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탈속성
우리의 전통 문화는 계급 사회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상층문화와 하층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상층문화는 지도층의 문화로 세련되고 우아한 미적 특질을 지니고 있으며 심오한 사상성을 지향한다.

상층문화를 향유하는 지도층의 문학에서는 탈속성을 주제로 하는 꽃상징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탈속성은 현실에 충실한 세속적 취향을 벗어나려는 경향으로서, 지도 이념을 공고화하고 스스로를 차별화 시키는 방향으로 뚜렷한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탈속성을 지닌 꽃상징들은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四君子),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의 오우(五友), 매국(梅菊)의 세한이우(歲寒二友) 등처럼 정식화된 명칭으로 불리면서 동조적(同調的)인 상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바람 눈 서리 등은 탈속적 꽃상징을 억압하거나 가해하는 적대적(敵對的) 상징체계를 이룬다. 이들 유형에 속한 꽃상징들이 직접 결합하거나 간접적인 암시를 통해 상호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예들도 확인된다.

탈속성을 지닌 꽃상징의 예로는 사군자 외에 계수나무와 소나무꽃, 그리고 동백꽃을 들 수 있다.

사군자 중에서 국화는 뭇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이나 여름을 피하여 황량한 늦가을에 고고하게 피어난다. 늦가을 찬바람이 몰아치는 벌판에서 외롭게 피어나는 모습은 이 세상의 모든 영화를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사는 은사의 풍모나 기품이 높고 고결한 인간상으로 비유되었다. 또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국화는 봄이 아직 빠른 세한에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매화와 닮은 점이 있어서 함께 ‘세한이우(歲寒二友)로 불렀다.

소나무는 탈속성을 지닌 꽃상징의 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다. 소나무는 우리 생활에 물질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나무이다. 오래 사는 나무로 여겨져 십장생(十長生)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거대하게 자란 낙락장송은 장엄한 기상과 품격을 지녀 사군자와 대등하게 간주되었다. 또한 늘 푸른 모습은 눈서리를 이기는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하여 민족적 기상으로까지 인식되었다. 높이 피는 소나무꽃과 흩날리는 꽃가루는 계절감이나 황홀한 선경(仙境)을 상징한다.

동백꽃은 사계절 진한 녹색 잎이 변하지 않고 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청수(淸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으로 인식되었다. 약재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었고 눈속에 피는 속성은 고고함을,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은 다산(多産)이나 다남(多男)을 상징한다.

탈속성을 지닌 꽃상징들은 일반적인 꽃들과 다른 계절에 피어나거나 인적이 드문 장소에 서식하는 등의 생태적인 특질을 바탕으로 이미지화된 것이다.

탈속적 꽃상징들은 고고함 고결함 또는 항상성이나 불변성 같은 품위 있는 자질을 지닌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2) 세속성
우리 전통 문화 중에서 민중층이 지닌 문화는 투박하지만 발랄한 미적 특질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낙관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경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하층문화를 향유하는 민중층의 문학에서는 세속성을 주제로 하는 꽃상징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세속성은 현실을 떠나 형식화되려는 탈속성을 거부하고 현실에 충실한 감성과 애욕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뚜렷한 전통을 형성해 왔다.

세속성을 지닌 꽃상징들은 복숭화꽃 자두꽃 살구꽃 등으로 대개 봄꽃들인 경우가 많다. 소나무꽃과 매화 국화 등과 반대적(反對的)인 상징체계를 이루고, 눈·바람·서리 등과는 동조적(同調的)인 상징체계를 이룬다. 세속성을 지닌 꽃상징들은 탈속성을 지닌 상징들과 한 작품에 동시에 등장하여 탈속성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복숭아꽃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과실의 맛이 좋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던 꽃이다. 대표적인 양목(陽木)으로 알려져 동쪽으로 난 가지가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으며, 꽃과 열매가 선경(仙境)과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의미하는 신선들의 과일로 상징된다. 한편 복숭아꽃 자체가 화려하므로 시세에 아첨하는 무리들로 흔히 표상된다.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마을마다 가장 흔하게 피는 꽃이어서 고향을 상징하거나 과거 시점과 결부되어 급제화(及第花)로도 불렸다. 그러나 살구꽃은 화사한 색깔과 향기로 인해, 흔히 술집이나 술을 파는 아가씨가 있는 마을이란 뜻을 상징하여 사군자와는 대조적인 소인배를 암유하기도 한다.

세속성을 지닌 꽃상징들은 겨울에는 숨어 있다가 따뜻한 봄바람을 맞고 일시에 무리지어 피어나는 생태적 특질로 인해 시속에 아첨하는 소인배들을 비유하며, 화려한 원색으로 인해 남성의 마음을 유혹하는 기생이나 여색(女色)을 상징한다. 세속적 꽃상징들을 평하는 자질들로는 순간성, 덧없음, 애욕 등을 들 수 있다.

3) 외래성
문화는 외래적인 영향을 육화(肉化) 시키며 발전한다. 꽃상징의 유형에서 외래성이란 꽃상징의 원천이 외래적인 것을 가리킨다. 이 꽃상징 유형은 상층문화와의 친연성이 강하므로 탈속적인 꽃상징들과 관련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탈속적인 꽃상징들이 우리 문학에 뿌리내려 다양한 편폭으로 상징의 영역을 넓혀온 것과 비교하면, 외래성을 지닌 꽃상징은 외래적 원천에서 거의 그대로 머물고 있어 상징의 영역이 한정되어 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외래성의 꽃상징의 예로는 계수나무꽃과 모란, 백일홍, 연꽃 등을 들 수 있다.

계수나무는 달에 산다는 중국의 전설로 인해 항아(姮娥)와 서왕모(西王母)의 고사(故事)와 관련되어 고결한 존재, 은사(隱士), 또는 은사의 거주처 등으로 상징되었다.

모란은 화려한 색채와 풍성한 모습 때문에 부귀와 영화를 상징한다. 문학적 전통으로는 꽃 중의 왕으로, 인간 중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상징되며 무속신화에도 등장하지만 역시 중국 문화에 원천을 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백일홍은 당나라 때 중서성에 많이 심은 자미화에서 한자명이 유래하어 우리나라에서도 중서성 또는 조선시대의 사간원을 상징했다. 오랫동안 꽃이 피므로 시간의 지속성과 기다림을 상징한다.

연꽃은 아름다운 꽃빛깔과 그윽한 향기. 그리고 좋은 열매까지 갖추고 있어 완전무결한 꽃으로 인식되었다. 흙탕물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연이 지닌 불염성(不染性)은 비오는 날의 청신(淸新)한 풍경과 연밥 따는 처녀들을 연상시키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은자와 군자로 의인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불교의 이치를 상징하는 종교화(宗敎花)의 이미지로 고정화되어 왔다.

4) 향토성
향토성은 외래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의 원천을 자생적인 측면에 두고 명명한 꽃상징 유형이다. 엄밀하게 외래성과 향토성을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문학상징의 상대적인 범위에서 어떻게 육화되었는가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향토성을 지닌 꽃상징은 하층문화와 친연성이 강하므로 세속성을 지닌 꽃상징과 관련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향토성을 지닌 꽃상징은 자생적인 원천에 중심이 있어서 하층문화뿐만 아니라 상층문화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차이가 있다. 외래적 꽃상징이 하층문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 점과 달리, 이 유형은 탈속적 꽃상징 유형에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향토성 꽃상징의 예로는 목화와 진달래를 들 수 있다.

목화는 의복을 만드는 주원료로서 백성들의 삶과 밀접한 꽃이다. 통화의 단위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약재로도 이용되었다. 백성들의 삶 자체를 상징하는 동시에 따뜻한 촉감은 효셩을 상징하기도 한다.

진달래는 봄철의 산야에 무리를 지어 일시에 붉게 피어나므로 봄소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꽃으로 인식되어왔다. 또한 메마르고 각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사람들의 의해 꺾이거나 잘려나가도 억세게 다시 피어나기 때문에 수없는 전란과 재난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겨레의 기질과 동일시되었다. 고전 작품에서는 두견새 설화와 관련해서 종종 죽음을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꽃상징의 유형은 꽃들이 지닌 공통적 경향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의 네 가지 유형은 특정 꽃이 지닌 지배적 상징의 내용을 가리킨다. 어떤 꽃도 한 가지 의미만을 지닌 것은 없으므로, 다른 유형의 속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 문학에 나타난 꽃 상징의 형상화 단계

우리 꽃상징을 형상화 단계에 따라 설명하면 문학적 형상화의 구체적인 변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개별적인 꽃을 모두 검토한 후에 연역적인 설명을 해야할 것이나, 편의상 진달래꽃만을 대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즉물적 단계 아름다움의 시화(詩化)
이 단계는 꽃이 지닌 색채와 향기, 그리고 서식하는 생태를 통해 즉물적으로 문학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단계이다.

진달래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 산을 붉게 물들이며 봄의 서장을 장식한다. 그래서 진달래는. 그보다 먼저 피는 꽃도 있지만 봄꽃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이 경우에 진달래는 봄의 시작을 말해주는 봄의 전령으로 상징된다.

진달래꽃이 만발할 때는 “산에 불이 붙은 것 같다”는 표현처럼 주홍빛이 산 전체에 퍼져 나가는 듯 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때 진달래는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진달래의 이와 같은 생명력은 죽음의 계절인 겨울을 이기고 봄기운을 타고 새로이 살아가는 힘과 어둡고 황량했던 겨울을 떨치고 일어서는 벅찬 생명의 환희를 함축한다.

2) 의인화 단계 인간적 면모의 은유
진달래꽃은 그 붉은 색채와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대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고려가요인 <동동>은 진달래꽃이 의인화 단계에 근접한 예이다. 작품의 화자는 진달래꽃을 보면서 곧바로 남이 부러워할 님의 모습을 연상한다. 여기에서 남성의 아름다운 자태를 꽃으로 비유한 상상력은 매우 독창적이다. 대개는 꽃을 여성의 얼굴로 비유해왔기 때문이다.

봉화지방에서 전승되는 민요에서 진달래꽃은 여인의 육체적인 형상뿐만 아니라 행동과 사고, 그리고 전형적인 인습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통 받는 모습으로까지 생동감 있게 형상화되었다. 그윽한 산골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자식을 낳지 못해 남편에게 소박맞은 불행한 여인의 표상이다. 화자는 진달래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여인의 현실을 이해하고, 이제는 다른 사람 마음대로 못할 것이라는 주체적인 인식에 도달한다. 진달래꽃은 이 단계에서 단순한 미적 상징을 넘어 주체적인 삶을 인도해주는 새로운 상징의 차원으로 싱승된다.

3) 상징화 단계 사물 사건 관념 등의 추상화
이 단계는 이전의 단계에서 유지되었던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거리가 거의 사라지고 보조관념만이 강조된다. 특정한 꽃의 원관념보다 보조관념이었던 사물, 사건, 관념 또는 사람이 중심이 되면 설명성은 약해지지만 개별적 상징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진달래꽃이 척박한 환경에서 붉게 피어나는 모습은 슬픔의 정서를 환기한다. 그것은 김억의 작품에 나타난 것처럼 개인적인 정황에 따른 슬픔이거나, 이흥렬의 가곡처럼 숱한 슬픔과 서러움을 간직해왔던 민족적인 서러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흥렬의 <바위고개>는 연가가 아닌 조국의 비운(悲運)을 노래한 저항곡이다. 여기에서 ‘비위고개’라는 공간은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이고 진달래는 우리의 겨레이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의 구절은 조국인 임은 없어도 우리 겨레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른 봄부터 산골짜기에 메아리치는 한 맺힌 두견새의 울음소리가 연분홍빛 진달래꽃잎에 스며들 듯 이 땅에서 살아온 백성들은 얼룩진 강산에 피어난 진달래꽃을 붙들고 이와 같이 하소연하였다.

진달래는 색깔이 피를 연상케 할 뿐만 아니라, 전국시대 말기 촉(蜀)의 망제(望帝)인 두우(杜宇)와 관련되어 죽음을 뜻하는 꽃으로 상징되어 왔다. 억울하게 죽은 두우의 넋이 두견새가 되었고, 이 두견새가 울어서 토한 피가 물들어 두견화, 즉 진달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진달래꽃의 시각적 이미지는 두견새(소쩍새, 귀촉도, 접동새)의 울음이라는 청각적 이미지와 종종 결합하여 죽은 제왕, 죽음의 다짐, 죽음의 비애 등으로 다양하게 용사(用事)되었다.

단종의 작품으로 전하는 시는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되어 영월 땅으로 유배되었을 때 그 유배지에서 두견새의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여 지은 시이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울다 지쳐 새벽에야 소리가 그친다. 여기에서 두견새는 “원통한 새 한 마리”로 화자와 동일시되어 있다. 그 배경에는 말할 것도 없이 두우의 넋이라는 고사(故事)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진달래꽃이 민족적 비애, 죽음, 두우의 넋 등으로 인식되는 것은 상징화의 마지막 단계인 추상화 단계이다. 삼나무를 깎아 만들었던 인광노(引光奴)를 본땄던 데에서 벚나무가 성냥이나 초를 뜻하게 된 것, 맨드라미가 주인을 위해 희생된 닭의 죽음에서 충성심이나 용기를 뜻하게 된 것, 자미화를 중서성에 심었던 데서 백일홍이 중서성과 사간원을 뜻하게 된 것 등은 각각 사물, 관념, 사건 등을 상징화시킨 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