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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에 나타나는 우리 꽃

개관

우리 땅에 자라는 꽃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 생활 현장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들 꽃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식용의 대상이 되어 배고픔을 해결해주며,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꽃들은 계절을 달리하여 피기 때문에 각 계절의 징표가 되고, 계절 제의에서 건강과 풍흉(豊凶)의 징조로 작용하였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꽃이 우리 삶의 현장에 부대끼면서, 아동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놀이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들 꽃을 통해 자연의 지혜를 터득하고, 성장기 건강한 놀이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의 꽃들은 각각의 꽃들이 가지는 특성, 색채에 따라 주술적인 의미가 부여되면서, 액(厄)을 물리치고 사악함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꽃은 그 특성에 따라 추상적인 상징성을 부여받아 문학작품에서 절개, 아름다움, 소인배, 계절 등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식용으로 쓰인 예

풍속에 나타난 꽃의 상징성을 살펴볼 때, 가장 먼저 지적될 것이 바로 이들 꽃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식용의 대상이 되어 제철 음식이 되거나 술[酒] 또는 차(茶)로서 건강음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우리의 꽃들 가운데 제철 음식으로서 식용의 대상이 된 것들이 있다. 계수나무 꽃의 경우, 계피 가루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오르는 약과, 단자(團子), 주악, 편류 등을 만드는 데 쓰이며, 곶감과 함께 더위를 쫓아내는 시절음식(時節飮食)인 수정과의 재료로도 쓰인다. 그리고 『산림경제』에서 ‘사슴고기국[鹿羹]을 삶을 때 붉은 팥과 함께 계피 가루를 넣는다’는 것으로 볼 때, 계피는 아마도 고기 냄새를 없애주는 ‘향신료’로 사용된 듯하다. 앵두꽃이 져서 익은 앵두 열매로는 앵두편을 만든다. 이것은 앵두를 삶아 걸러 만든 과즙에 설탕이나 꿀을 넣고 조려 엉기게 한 뒤, 이를 네모지게 썰어 놓은 한과인데, 오래전부터 가장 많이 애용되어 오던 과편 중 하나였다. 이것은 주로 편의 웃기나 생실과의 웃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색상이 아름다워 잔치 때 행사용 음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앵두에는 유기산과 팬틴 성분이 많아서 건강에 좋은 편이다. 또한 앵두에 꿀물을 넣어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것은 단오절의 절식으로 맛은 달콤하고 새콤하다.

우리의 꽃 가운데는 나물을 먹는 것도 있었는데, 원추리나 제비꽃이 그것이다. 원추리[萱草]는 황화채(黃花菜)로 불렸는데, 6~7월 꽃이 한창 필 무렵 꽃술을 딴 뒤 이를 깨끗한 물에 끓여 내어 초를 쳐서 먹으면, 맛이 신선 음식 같아 보드랍고 담박함이 송이보다 나아서 나물 가운데 으뜸으로 쳤다는 사실이 이정구의 『월사선생문집』에 나온다. 제비꽃도 나물로 해 먹었다. 그런데 이 나물은 일상적으로 쉽게 먹는 음식이 아닌 모양이다. 곧 여자가 시집 간 뒤 시댁의 사당을 뵙는 의식을 거치게 되는데, 시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신부가 그 집에 들어간 지 석 달 만에 전채(奠菜 : 제사 때 채소 바치기)하며 이때 ‘제비꽃나물’을 바치기 때문이다.

제철음식으로서 식용의 대상이 된 꽃으로 단연 으뜸인 것은 창포(菖蒲)일 것이다. 창포는 그 색깔 때문에 단옷날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꽃이기도 하다. 이 날에는 창포떡을 만들어 먹거나, 창포김치를 담가 먹는다. 먹은 후 100일 후면 인색에 광채가 나고 수족(手足)에 기운이 생기며 이목이 밝아지고 백발이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돋아난다고 한다.

계절음식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화전(花煎)이다. 이는 계절별로 진달래, 개나리, 국화 등의 꽃을 붙여 만든 부꾸미를 말한다. 찹쌀가루를 물에 개어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뒤, 기름을 두른 번철에 지진다. 그 위에 계절에 따라 봄에는 진달래꽃과 개나리를, 가을에는 장미와 국화를 얹기도 한다. 개나리꽃으로 만든 화전은 삼짇날 놀이에 가지고 가기에 알맞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7 8월에는 맨드라미꽃을 찹쌀반죽에 올려서 지진, 맨드라미화전을 먹는다. 특히 맨드라미는 꽃의 모양이 화려하여 화전을 만들면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더욱 돋보인다.

우리 꽃들 가운데 많은 것들을 술로 담가 먹는다. 봄철에 개나리꽃을 소주에 넣고 술을 만들거나, 가을에는 그 열매를 소주에 넣은 뒤 술을 만든다. 후자를 특히 연교주(連翹酒)라 하였다. 개나리주를 빚어 마시면 여성의 미용이나 건강에 좋다고 하였다. 또한 약술을 만들 때는 목화꽃의 꽃송이를 따거나 어린 열매로 담근다. 이 목화주는 부인들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젖이 부족한 산모가 먹으면 젖이 많아지고 신경통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술이라 하며, 남성이 먹으면 원기가 솟아나고 양기가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민들레꽃을 소주에 2∼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민들레주가 된다. 이 술은 약용주로서 위장의 운동을 돕는 효능이 있어 위가 약하거나 설사와 변치의 치료에 효과가 있고, 특히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앵두 역시 설탕과 함께 소주에 넣은 뒤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앵두주를 먹을 수 있다. 이 앵두주는 이뇨 · 보음 · 보양 · 변비 · 피부미용에 효능이 있었다. 왕가나 상류사회에서는 예부터 창포로 술을 빚어 약주로 쓰는 습관이 있었다. 고려 이색의 『목은집』에 실린 「 단오 」라는 시 중 “배금 술잔에 창포꽃이 떠 있네(菖花和蟻入金?)”라는 구절로 보아, 창포주는 고려시대 단오의 절식(節食)인 것으로 보인다. 단옷날에 술을 창포에 띄워 마시는 풍속은 상류사회뿐만 아니라 일반 민가에서도 널리 퍼졌는데, 오늘날에는 민속주로도 애용된다. 그 외에도 해당화의 꽃을 말려서 술에 넣고 만든 매괴주(??酒)도 있다. 이 술의 붉은 빛이 아름다운데, 향기 또한 향기로워 풍류가 넘치는 술로 여겨졌다. 그래서 매괴주는 상류집안 사대부들이 애용하는 귀한 술이기도 하다.

3) 우리 꽃 가운데는 꽃을 따서 차(茶)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계화차(桂花茶)는 계수나무의 꽃잎을 말려 만든 화차다. 계화차는 향이 진하고 오래 남는 특징이 있거니와, 과식(過食)에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벚꽃차는 한방에서 약이 되는 차로 알려진다. 벚꽃을 따서 이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킨 뒤 병에 넣어 보관하는데, 벚꽃의 색과 향기, 모양을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축하모임이나 접대용으로 적합하다. 벚꽃은 예로부터 숙취나 식중독의 해독제로 사용되었다. 그 외에 해당화 꽃잎을 말렸다가 그것으로 달린 차인 매괴차(??茶)가 있다. 민간에서는 해당화꽃의 향기가 좋아서 널리 이를 차로 마셨다.

약재로 쓰인 예

우리의 꽃과 그 열매는 한방에서 혹은 민간에서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각 꽃들이 가지는 약리적 특징에 따른 것으로 이는 오랜 기간 민간에서 축적해온 자연에 대한 지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먼저 개나리나무의 경우 열매[連翹]는 독을 제거하거나, 열을 내리는 데 사용하였다. 두진(痘疹)으로 독이 생기거나 열이 많아지면 연교승마탕(連翹升麻湯)을 쓰거나, 연교(連翹)를 갈아서 탕에 넣기도 한 것이 『산림경제』에 나온다. 또한, 계피(桂皮)의 경우 졸복통(猝腹痛)에 이를 달여 먹이며, 모든 과실을 먹고 중독이 되었을 때에도 계피를 진하게 달여 먹인다고 하였다(『산림경제』). 계피는 땀이 나게 하고 식은땀을 거두게 하므로 계지탕이나 갈근탕에 배합하며, 감기와 순환기질환, 급성 열병 및 노인병에 쓰인다. 잎을 증류시켜 채취한 계엽수는 진통제로 쓰인다.

한의학에서 나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정신을 가라앉히고, 폐를 부드럽게 하며, 기침을 멈추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참나리는 다리 밴 데와 종기, 거담(祛痰), 쇠붙이로 인한 창상(創傷)의 치료에 쓰인다. 다리 삔 데는 참나리의 뿌리를 쓰고, 종기가 곪기 시작하는 시초에는 뿌리와 함께 줄기를 쓰기도 한다. 나팔꽃의 씨[牽牛子]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며 독이 있는’ 성질이 있어서, 사하(瀉下作用)과 이뇨작용(利尿作用)이 강하고 기를 잘 내리게 한다. 이 때문에 몸이 부을 때, 만성신우신염, 간경화 등으로 복수가 찰 때 이것을 사용한다. 그리고 해수, 천식에 유효하며 완고한 변비, 기생충제거에도 사용한다.

또한 맨드라미꽃의 씨[靑箱子]는 안과질환에 특효가 있고, 간장기능이 악화되면서 고혈압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혈압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맨드라미 씨가 성질이 차고, 또한 그 속에 지방유가 풍부하고 니코틴산 등이 함유되어 있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민들레도 한방의 약재로 널리 사용된다. 민들레 전체를 캐서 말린 포공영(蒲公英)은 소화를 돕는 데 쓰고, 위궤양에는 민들레의 새로 난 잎을 씹어 먹기도 하며, 뱀에 물렸을 때 뿌리를 다져서 바르기도 한다. 꽃만을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피가 부족하거나 결핵에 걸렸을 때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작약의 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 위장염과 위장의 경련성동통에 진통효과를 나타내고, 소화 장애로 복통 · 설사 · 복명(腹鳴)이 있을 때에 유효하며, 이질로 복통과 후중증이 있을 때에도 효과가 빠르다. 부인의 월경불순과 자궁출혈에 보혈·진통·통경의 효력을 나타낸다. 만성간염에도 사용되고 간장 부위의 동통에도 긴요하게 쓰인다. 또 빈혈로 인한 팔과 다리의 근육경련, 특히 복근 경련에 진경 · 진통 효과가 있다. 찔레꽃의 경우, 그 열매(營實)는 노인이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전신이 부었을 때 쓴다. 그리고 불면증, 건망증 및 꿈이 많고 쉬 피로하고 성기능이 감퇴되었을 때, 그리고 종기, 악창(惡瘡) 등이 있을 때도 사용된다.?

창포 역시 이를 달인 물을 먹으면, 눈병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의서(醫書)에는 ‘그 약성(藥性)이 능히 화기(火氣)를 내려 정신(精神)을 맑게 하며 기맥을 통창하게 하여 총명(聰明)하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두통, 발열이 있어서 때는 재채기를 하면, 철쭉 가루를 입에 넣게 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할미꽃도 약재로 이용한다. 곧 신경통, 혈리(血痢), 치질출혈(痔疾出血), 임파선염, 월경 곤란 등의 증상에 쓰이고 있다. 해당화 꽃잎에는 수렴작용(收斂作用)이 있어서 지사제(止瀉劑)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이 꽃을 따서 말린 뒤 간위기통(肝胃氣痛), 협통(脇痛), 풍습비(風濕痺), 월경 부조, 대하, 질타손상(跌打損傷) 등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는 징표로 쓰인 예

우리 꽃들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 그 소출(所出)의 다과(多寡)가 사람들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이들은 계절마다 피는 것이 다르다. 이런 이유에서 각 꽃들은 계절 제의 때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가늠하는 징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정월 초와 농사가 시작되기 전 2월 경의 세시풍습에 나타난 우리 꽃의 상징성을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목화이다. 목화는 의복과 침구에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시대에는 한해의 목화의 풍흉(豊凶)이 대단히 중요하였다. 이런 이유로 목화의 풍년을 기원하고, 그것을 짐작하기 위한 다양한 의례가 벌어졌다. ‘볏가릿대 세우기’는 풍농을 기원하는 농민들의 염원이 잘 반영되어 있거니와, 농가에서는 정월 열 사흗날 마당에 소나무를 세워 그 위에 짚을 묶어 쌓아서 기장(旗杖)을 만들고, 벼 · 조 · 기장 등의 이삭을 꽂아놓고 목화를 매달기도 한다. 이는 벼농사도 중요하지만, 목화의 농사도 중요함을 의미한다. 평안남도 성천, 순천, 강동에서는 음력 이월 초하룻날, 뒤뜰에 면화(棉花)가 만발한 모양의 나뭇가지를 세우는 목화풍년(木花豊年)놀이를 거행한다. 가지에 면화송이를 풍성하게 매달고, 여인상 인형을 몇 개 매달아 마치 여인들이 풍성한 목화밭에서 목화를 수확하는 듯 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전라도와 경남 지방의 풍속으로 ‘삼묘일(三卯日) 보기’가 있다. 음력 2월에 묘일(卯日)이 세 번 들면 목화 농사가 잘 된다고 믿는다. 면화(棉花)를 하는 농가(農家)에서는 2월에 묘일이 몇 번 드는가 보는데, 토끼는 털이 있는 동물 중에서도 목화의 색깔처럼 흰 털을 가진 동물이어서 토끼와 목화 농사와의 연관시키는 것이다. 또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목화가 풍년 든다는 뜻으로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 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도 있다.

다음으로 우리 민족의 중요 명절의 하나인 단오에도 우리 꽃으로 농사의 풍흉을 기원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강릉지방에서는 5월 단오(端午)에 단오굿을 거행할 때, 행렬이 산을 내려오면서 「 영산홍 」이라는 산유화가(山有花歌)를 부르며, 또한 대관령 국사성황신 행차가 구정면 학산리에 이르면 이곳 주민들은 횃대에 불을 붙여 영산홍꽃을 바치며 신을 맞는 의식을 거행한다. 이는 불교의 산화공덕과 같은 의미로서, 횃대의 불꽃과 상상 속의 꽃이 신격을 영접하는 민요로 불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농사의 길흉을 점치는 풍습도 많다. 나리꽃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이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해마다 봄이면, 나리꽃이 피는 것으로써 그 해의 기상을 점쳤다. 곧 산나리꽃이 활짝 필 때면 조를 뿌리는 시기로 어림했으며, 감자를 심기도 했다. 산나리꽃이 피면 장맛비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소에게 밥과 나물을 함께 차려 주어 소가 먹는 것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는 ‘소밥주기’ 풍속이 있다. 전남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갖추어 놓고 소가 어느 것을 먼저 먹느냐를 본다. 이때 고사리, 무나물을 비롯하여 밥과 함께 목화씨를 놓아 소가 먹도록 하는데, 목화씨를 먼저 먹으면 목화가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민들레꽃을 꺾으면 어머니의 젖이 준다.’는 속담이 있다. 민들레의 꽃대를 꺾으면 젖과 같이 즙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속담은 식물의 특성과 인간의 삶을 동일시하는 주술적 관념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백일홍꽃이 핀 후 100일째에는 서리가 내리므로 일찍 피는 것이 좋다.’는 풍습이 있다. 그리하여 이 꽃이 빨리 피면 조상(早霜), 늦게 피면 만상(晩霜)이라고 하였다. 이는 꽃의 개화를 통해 농사의 풍흉을 짐작하는 삶의 지혜의 소산이라 할 것이다.

찔레꽃과 관련하여, ‘찔레꽃이 입하(立夏) 전에 피면 비가 많이 내린다’는 속담이 전한다. 이는 찔레꽃이 피는 것을 통해 그 해의 일기를 짐작하는 것으로, 찔레꽃의 다과(多寡)를 통해 그 해의 풍흉을 짐작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5월 단옷날 아침에 부녀자들이 일찍 일어나 밤새 상추잎 혹은 찔레꽃잎 등에 떨어진 이슬을 모아 얼굴에 바르는 풍속이 있다. 이를 ‘상추이슬 분바르기’라 부르는데, 특히 부산지방에서는 밤이슬을 맞은 찔레꽃을 따서 먹거나 찔레꽃잎을 넣고 잘게 떡을 빚어 나이 수만큼 먹으면 여름에 버짐이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끝으로 ‘어릴 때 할미꽃을 따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식물의 특성과 인간의 삶을 동일시하는 주술적 관념의 소산일 것이다.

놀이감으로 쓰인 예

우리의 꽃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놀이감이 되기도 하였다.

먼저 아이들의 놀이를 보자. 봉숭아, 분꽃과 함께 나리꽃이 피면, 아이들은 그 화분(花粉)을 따 모아서 손톱에 물을 들이거나, 종이나 천에 무늬를 그렸다. ‘꽃물들이기’는 아이들의 놀이이면서, 식물 꽃잎의 특징을 감안하여 색깔을 조합하는 그림을 그리는 지적 훈련장이기도 하였다. 나팔꽃으로는 풍선을 만들었다. 시든 꽃송이를 따서 꽃이 붙어 있던 자리에 있는 둥근 구멍에 입을 대고 불면, 꽃 부분이 부풀어서 풍선 모양이 되는 것이다. 민들레로는 꽃대로 물레방아를 만들어 놀았다. 이는 꽃대의 양쪽 끝이 밖으로 말려들어 꽃송이처럼 벌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어서, 아이들의 성장기 지적 능력을 계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민들레꽃이 지고 씨가 생겨 하얀 솜뭉치와 같이 부풀게 되면, 어린이들은 이것을 꺾어 입에 대고 불어서 ‘민들레씨 날리기’를 하였다. 이것 역시 식물의 특성을 감안한 아이들의 건전한 놀이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로 ‘제비꽃 싸움’이 있다. 이른 봄에 보랏빛 제비꽃이 피면, 이것으로 꽃싸움을 하는 것이다. 제비꽃싸움은 이른 봄에 아이들이 풀잎이나 화초를 꺾어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의 하나로서, 자연 식물의 특성을 이용한 정겨운 놀이다. 또한 제비꽃 씨주머니를 터뜨려서 흰색은 ‘쌀밥’이 되고 갈색은 ‘보리밥’으로 간주한 뒤, 두 아이가 서로 씨를 터뜨려 쌀밥이 많이 나온 아이가 승리하는 놀이를 한다. 그리고 제비꽃의 씨는 여자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도 사금파리나 풀잎 그릇에 올려져 쌀밥과 보리밥 역할을 한다. 끝으로, 4월 산과 들의 풀밭에 할미꽃이 필 때, 어린이들은 할미꽃으로 족두리를 만들며 논다. 할미꽃의 꽃자루를 떼고 노란 꽃술을 위로 하고 자줏빛 꽃잎을 밑으로 말아 돌려서 조그마한 가시 같은 것으로 꽃잎을 고정시켜 꽃족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꽃과 관련된 아이들의 놀이는 자연 식물의 특성을 이용하는 지혜를 기를 수 있으며, 오늘의 아이들과 다른 건전한 여가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을 담당하였다 할 것이다.

꽃과 관련된 어른들의 놀이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벚꽃놀이’, ‘철쭉맞이 놀이’일 것이다. 먼저 매년 4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벚꽃으로 이름난 곳에서는 벚꽃 구경과 놀이가 벌어진다. 대표적인 곳으로 화개~쌍계사 ‘십리벚꽃길’이며, 전주~군산 ‘전군가도’, 그리고 진해 · 사천 · 경주 · 공주 마곡사 · 부산 달맞이고개 · 서울 남산과 윤중로 등은 벚꽃 천지다. 벚꽃이 피면, 관광객은 벚꽃 열차나 벚꽃 관광버스를 타고 벚꽃의 명소로 향한다. 그리고 5월 경 산에 철쭉이 만개하는데, 이때 철쭉으로 이름난 산에서는 철쭉맞이 행사가 벌어진다. 소백산 철쭉제와 한라산 철쭉제 등이 유명하다. 이들 두 꽃맞이놀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축제로서 외부에 지역의 특성과 이미지를 드높이고 지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며, 관광 수입을 올리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특이한 것이 음력 4월을 전후한 시기에 서해안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전해져 오던 여성들의 놀이인 ‘등바루놀이’다. 해당화가 만발한 해변에서 15세 이상의 처녀(지금은 부녀자까지)가 모여 하루 동안 해산물을 누가 가장 많이 채취하는지를 시합하는 것인데, 이는 일종의 성년식(成年式)의 성격의 놀이이면서 아울러 섬마을의 풍어와 평안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주술적인 의미

우리의 꽃들은 각각의 꽃들이 가지는 특성, 색채에 따라 주술적인 의미가 부여되면서, 액(厄)을 물리치고 사악함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꽃은 그 특성에 따라 추상적인 상징성을 부여받아 문학작품에서 절개, 아름다움, 소인배, 계절 등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먼저 꽃에서 제액(除厄), 벽사(?邪)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계수나무의 껍질을 벗겨 말린 계피(桂皮)는 붉은색으로, 제액과 벽사의 기능을 가진다. 계피 가루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오르는 약과, 단자(團子), 주악, 편류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혼인의 육례 가운데 ‘신부의 사당뵙기’에서 ‘시부모가 사망 때 신부가 제비꽃나물(菫菜)을 바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근(菫 ; 제비꽃)은 ‘근(芹 ; 미나리)’과 상통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헌근(獻芹)’의 고사, 곧 ‘옛날에 미나리를 임금(부모)에게 바치는 풍습’을 차용한 것이다. 이로써 ‘정성을 다하여 (죽은) 부모에게 선물을 바친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원추리꽃은 그 색이 노란색의 하나인 등황색(橙黃色)인데, 이 색은 오방(五方)의 정중앙을 나타내며, 부귀와 번영, 영화의 상징이자 황제의 색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색은 각 방향에서 들어오는 잡귀를 막는 벽사(?邪)의 주력을 가진 색으로 인식되었다. 원추리꽃을 집안에 심으면 집의 부귀영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원추리의 꽃봉오리 모양이 사내아이의 ‘고추’를 닮은 탓에 집안에 심기도 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임신하면 이 봉오리를 머리에 꽂고 다니는 풍습이 있어, 이 꽃을 ‘의남초(宜男草)’라고 부른다. 또한 꽃봉오리의 생김새 때문에 이 꽃을 합환화(合歡花)라고 불렀는데, 원추리꽃이나 순을 삶아 먹고 합방하면 아들을 가진다고 습속이 있었다.

한편 창포 역시 대단히 주술적인 의미를 지녔다. 단오에는 여자들이 창포를 삶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한다. 그러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고 빠지지 않고 잘 자라며, 또 피부가 고와지고 예뻐지며, 사귀(邪鬼)를 쫓고 일 년 내내 무병하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부녀자들은 창포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수(壽)자나 복(福)자를 새기고, 끝에 연지나 인주를 발라 머리에 꽂고 단오옷을 입었는데, 이를 단오장(端午粧)이라고 했다. 또 나무를 깎아 끝을 뾰족하게 하여 비녀로 삼아 머리에 꽂고, 그 윗부분 양쪽에 싹이 돋아나오는 모습처럼 창포잎을 붙였다. 붉은색을 비녀 끝에 칠하는 이유는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옷날에 창포뿌리와 창포잎을 이용하여 비녀를 꽂는 것은 액운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또한 창포 화분을 방에 들여놓고 글을 읽으면, 눈이 밝아지고 총명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단옷날 창포꽃을 따서 말려 창포요를 만들어 깔고 자면, 모기, 빈대, 벼룩 등 온갖 곤충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병마나 액귀(厄鬼)도 침범하지 못한다고 한다. 창포줄기로 엮은 방석도 그와 같은 벽사의 효과가 있었다.

우리 꽃은 그 특성에 따라 추상적인 상징성을 부여받아 문학작품에서 절개, 아름다움, 방종(放縱), 계절 등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먼저 ‘절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경우가 있다. 계수나무는 그 향기가 뚜렷한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 나무에는 ‘절개, 아름다움’의 의미가 부여되었다. 곧 “과거에 급제하는 영예 일찍 누리셨고(桂馥蓮芳榮果早)”라는 윤증(尹拯)의 시에서 보듯이, ‘계복(桂馥)’이라 하여 생전의 혹은 죽은 사람의 덕을 칭송할 때 이 나무가 사용되는가 하면, ‘푸르고 푸른 산중의 계수나무(蒼蒼山中桂)’라는 최유청의 시에서는 이 나무는 눈보라에도 홀로 굳게 절개를 지키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계수나무는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나타낼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아름다운 노와 삿대는 ‘계도난장’(桂棹蘭?), 높고 좋은 요릿집은 ‘계루’(桂樓), 훌륭한 궁전이나 집은 ‘계궁’(桂宮) 또는 ‘계전’(桂殿), 시량(柴糧)이 귀하고 비싸지면 ‘계옥’(桂玉)이라 한다.

반면에 한시에는 ‘소인배’의 의미를 표상하는 꽃도 있다. 조선조 시인 최립(崔笠)은 ‘난초 심은 구원의 땅 어찌 또 넓다고만 하랴(九?滋蘭地豈?) / 찔레꽃 가시 제거함은 그 조짐 놀라워서라오(一枝抽棘兆堪驚) / 소인은 쓰면 안 된다는 이 뜻이 어두워졌는지라(小人勿用玆義晦}’라 하여 난초와 찔레꽃 가시를 각각 군자와 소인을 비유하고 있다. 이는 굴원 「 이소(離騷) 」에 나오는 ‘내가 구원의 땅에 이미 난초를 심어 놓고는’의 시구와 『시경』 소아편(小雅篇) 「 초자(楚茨) 」에 ‘무성한 찔레꽃 밭’의 시구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꽃들은 피는 계절이 달라서인지 계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곧 계수나무의 꽃이 음력 8월에 피는 데서 유래하여, 음력 8월을 계월(桂月), 계추(桂秋)라 하였다. 또한 자두꽃(李花)은 우수(雨水)를 상징하고, 해당화는 춘분(春分)을 상징하였다.

끝으로 상징 문장(紋章)으로 사용되는 꽃도 있다. 자두꽃이 그것인데 그 꽃은 대한제국에서 황실 문장(紋章)으로 삼았으며, 건축물, 용기 · 집기, 훈장 · 기장, 화폐 그리고 학교의 수료 · 졸업 증서까지 그 상징 문양으로 사용하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