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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고아한 선비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르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난초는 그 꽃의 모습이 고아할 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은 청초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범상치 않는 기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난초의 이러한 모습을 군자나 고고한 선비에 비유하였던 것이다.
난초가 다른 사군자와 함께 군자로 존칭되는 것은 속기(俗氣)를 떠난 산골짜기에서 고요히 남몰래 유향을 풍기고 있는 그 고귀한 모습에 유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초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는 군자라고 할지라도 완벽을 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난초는 완벽하여 군자중의 군자라고 말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나무는 향기가 적고 대나무는 꽃이 없으며 매화는 꽃이 필 무렵 잎을 볼 수 없지만 동시에 꽃과 잎 그리고 향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수선과 국화 외에는 난초뿐이기 때문이다.
가람 이병기는 “고서 몇 권과 술 한 병, 그리고 난초 두서너 분이면 삼공(三公)이 부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난을 아는 선비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군자학을 지향하는 학자의 방 서안 머리에는 난초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 화분에는 자기의 형상을 난과 일치시킴으로서 군자의 도를 지향하고자 하는 선비의고결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병기의 시조인 「난초」의 두 수에서는 난초의 청정무구한 모습을 읊고 있다. 앞연은 난초의 청초하고 아름다운 겉모습을 노래한 것이고 뒷연은 난초의 품성을 노래한 것이다. 이것은 또 난초에는 탈속한 세계에서 고고한 기품을 지키며 사는 군자의 기상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참고문헌

이병기, 「난초」, 『가람시조집』, 문장사, 1939년 8월

예물

왕후가 점점 행재소에 가까이 오매, 왕이 나아가 마저 함께 만전(幔殿)으로 들어왔다. 신하 이하의 여러 사람은 뜰아래에서 뵙고 곧 물러가니 왕이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잉신(媵臣)의부처(夫妻)를 인도케 하되 사람마다 따로 방에 두고 그 이하 노비는 한 방에 오륙인씩 두어 난액(蘭液)과 혜서(蕙醑)를 주고 문인(文茵) 채천(彩薦)으로 자게 하고 의복 필단(疋段) 보화의 종류까지도 주며 군인들을 많이 모아 보호케 하였다.
난초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가락국기」에 전한다. 일연은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에서 허황옥(許黃玉)을 맞이할 때 난액(난초로 만든 마실 것)과 혜서(난초를 넣고 빚은 술)를 대접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난초를 예법에 사용한 사례가 된다. 하지만 난초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기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부터 난초는 문인화의 소재로 등장해 매화 ·대나무 ·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의 하나가 되었다.

참고문헌

일연, 「가락국기」, 『삼국유사(三國遺事)』 권제2 기이

청순함

인간 세속에 물드는 걸 부끄럽게 여겨
바위 골짜기 물가에서 살고 있네
비록 교태롭게 아양떠는 재주는 없지만
스스로 그윽한 향기 지녀 덕인을 닳았도다
如愧人間被俗塵
叢生岩谷澗之濱
雖無令色如嬌女
自有幽香似德人
이식의 작품에서 난초는 덕스러운 사람으로 의인화되었다. 난초는 속세의 티끌에 접촉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깊은 산중 바위로 이루어진 골짜기의 물가에 홀로 피어난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아양을 떨거나 요염한 모습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요기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고고한 자태로 은은한 향기를 뿜어 지조 높은 덕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참고문헌

이식(李植), 「오신손소화영물팔수(吳愼孫所畫詠物八首)」, 『사우정집(四雨亭集) 』 권 하

태몽

춘추시대(서기전 6세기경) 정(鄭)나라 여성인 연길의 꿈에 손에 난초를 든 천사가 나타나서 “나는 너의 조상이다. 이 난초를 너의 아들로서 주겠다. 난초는 나라에서 제일가는 향기를 지닌 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를 난초와 같이 사랑할 것이다”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꿈은 그대로 맞아서 그녀는 정나라의 임금인 문공(文公)의 부름을 받아서 뒤에 왕위를 이은 목공(穆公)을 낳았다고 한다. 후년 중병에 걸린 목공은 사람들에게 “난초가 시들면 나도 죽게 될 것이다. 난초는 나의 명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는데 과연 난초가 시들어 죽게 되자 기이하게도 그 예언은 적중하여 목공도 같이 죽었다고 한다.
우리의 풍속에서 난초는 태몽이나 비범한 인물의 출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자가 난초 꿈을 꾸면 아들을 낳게 되고 그 아들은 장차 비범한 인물이 된다는 민간의 속신이 있다. 이는 중국의 연길 이야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고려 충신 정몽주(鄭夢周)의 처음 이름은 몽란(夢蘭)이었다. 그것은 포은의 어머니가 포은을 잉태할 때 그 꿈에 난초화 분을 안았다가 떨어뜨렸으므로 몽란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향기

공자는 거문고로 난의 곡조를 타고
대부는 난초 수(繡) 놓은 띠를 차고 있네
난초 하나가 열 가지 향기와 맞먹으니
그래서 다시 보고 사랑하리라
彈入宣尼操
紉爲大夫佩
十蕙當一蘭
所以復見愛

성삼문은 자신의 작품에서 난초의 뛰어난 향기를 찬양하고 있는데 그 향기의 가치를 다른 열 가지 종류의 꽃향기에 상당한다고 했다. 이 시의 제1구는 공자의 「의란조」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공자가 제후들을 두루 찾아다녔으나 제후들이 임용하지 않아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오다가 잘 보이지 않는 골짜기 한 곳에 향란(香蘭)이 홀로 무성하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공자는 난은 마땅히 뛰어난 왕자향(王者香)을 지니고 있으면서 지금 홀로 무성하게 피어 여러 잡초와 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크게 한탄했다. 그리고는 수레를 멈추고 거문고를 타면서 자신이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스스로 가슴 아파하며 난초에 가사를 의탁하여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제2구는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서 “추란을 꿰어서 노리개 만드노라”라는 구절을 참고로 한 것이다.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단종 복위를 꾀하였던 성삼문이 공자의 「의란조」를 읊은 것은 공자의 당시의 심경과 같이 난초의 향기에 의탁하여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난초를 현인(賢人)이나 절개의 상징으로 읊고 있는 굴원의 싯구절을 원용한 것도 같은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성삼문(成三問),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 『성근보선생집(成謹甫先生集)』 권1

향취

일찍이 여항(閭巷)이란 땅에 가서 있을 때 난초 한 분을 선물로 주는 이가 있었다. 그것을 서안 위에 받아 놓았는데,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고 더불어 한참 담화할 때에는 난화의 향기가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밤이 깊어 오래도륵 앉아 있으려니 달은 창에 비쳐 드는데. 난화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맑고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뿐이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난초의 좋은 향취는 자체로도 귀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격의 고상함을 비유하는 것으로 상징되었다.

참고문헌

이제현(李齊賢), 「난향(蘭香)」, 『역옹패설』

생태

난초는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피며. 매우 다양한 관엽식물로 애호가가 많다. 세계에 약 700속 2만 5000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 자생종은 39속 84종이다. 원예상에서는 동양란과 양란(서양란)으로 구별하고 있다. 동양란은 한국 ·일본 ·중국에 자생하는 것이며 보춘화 ·한란 등의 심비디움속(Cymbidium)과 석곡(石斛) ·풍란(風蘭)을 포함한다.

난초는 청아한 향기와 부드러운 세련미, 고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식물이라 생각하여 소중하게 여겨 왔다. 매(梅) · 국(菊) · 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 일컫기도 하고 매화 · 대나무 · 국화 · 연꽃과 함께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

꽃 생태정보

식물명 : 은난초
과명 : 난초과
학명 : Cephalanthera erecta
종류 : 초본(풀)
이명 : 은란, 은란초
꽃색 : 흰색
계절 : 봄
분포 지리 : 중부 이남지방과 울릉도, 제주도
분포 지형 : 산기슭 숲 속 그늘
생육상 : 다년생초본(여러해살이풀)
높이 : 40~60cm
개화기 : 5월 ~ 5월
결실기 : 6~7월
열매의 형태 : 삭과(튀는열매) 익으면 과피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는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열매
용도 : 관상용
기타 :
사진제공자 : 김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