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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고향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옛 시골 마을에는 서너 집 건너 으레 몇 그루씩의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아담한 초가지붕 위에 뭉게구름이 일 듯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 살구꽃에 파묻힌 동네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연분홍 색깔과 간간히 버드나무의 연푸른빛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고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난 사람은 고향의 이 정경을 잊을 수 없다. 조선 숙종 때의 문신 김진규는 거제도에 귀양 가서 그곳에 살구꽃이 피자 고향을 그리는 시를 지었다. 이호우의 작품도 살구꽃 핀 마을의 인정미를 따뜻한 정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전하여 목동이 나그네에게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는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의 그림은 평화로운 고향마을을 상징할 뿐 아니라 천하가 태평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문헌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

과거급제

잎새처럼 가벼운 배 모래벌에 닿으니
흐르는 물과 푸른 산이 모두 진사의 집이구나
마을에 이르기도 전에 이름 좋은 것을 보니
봄바람에 붉은 꽃이 한마당 가득하겠네
輕舟一葉泊平沙
流水靑山進士家
未到村中名已好
東風紅落滿庭花
살구꽃은 관문(官門)에 등용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제 옛사람들은 살구꽃을 급제화(及第花)라 부르기도 하였다. 옛날 과거의 전시(殿試)는 매년 음력 2월에 실시되는 것이 통례였는데 이때가 바로 살구꽃이 만발한 시절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김부용의 작품에서는 진사시에 급제한 집에서 잔치를 벌이자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형상화 한 것이다. 살구꽃과 과거급제의 상징을 연계할 수 있어야 작품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부용, 「행화촌(杏花村)」, 『국역 운초기완』1, 성환문화원, 2010

마을

산에 복숭아꽃과 개울가 살구꽃이 울타리를 물들이니
길에는 봄이 깊고 두 언덕에는 꽃이 붉구나.
다행히 낭군의 힘으로 수달을 잡아
마룡을 모두 서울 밖으로 멀리 쫓았구나.
山桃溪杏映籬斜
一經春深兩岸花
賴得郎君閑捕獺
盡敎魔外遠京華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음력 2 3월 경에 그 우아한 담홍색의 꽃을 피워 본격적으로 봄이 온 것을 알려줌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우리나라에 건너온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때 이미 흔히 볼 수 있었던 꽃임은 혜통법사에 관한 찬시(讚詩)를 통해 알 수 있다.

참고문헌

일연, 「혜통항룡(惠通降龍)」, 『삼국유사(三國遺事)』 제5 신주 제6

소인

간사한 저 행화는 연꽃 앞에 서지 마라
달고 단 네 감언을 대범 군자 어찌 알까
아마도 이에 따라 유유상종인가.
간헌 져 화는 연 압헤 슈지 마라
달고 단 네 감언을 범 군 어이 알니
아마도 일노 둇 뉴뉴샹둉인가.
살구꽃은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탐욕과 시기와 질투를 모르는 농부처럼 순박한 꽃이다. 그런데도 살구꽃에는 억울한 누명이 하나 씌워져있다. 이세보의 시조에서는 살구꽃을 소인이라 했다. 살구꽃을 왜 소인에 비유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살구꽃이 소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살구꽃이 혼자 있을 때가 아니고 이른바 군자라 일컫는 매란국죽이나 연 등과 대비될 경우이다. 이렇게 본다면 군자로 일컬어지는 꽃들을 떠받들기 위하여 살구꽃을 끌어다가 상대적으로 비하한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살구꽃을 군자의 꽃에 대비한 것은 살구꽃의 그 요염한 아름다움 때문에 군자의 고고한 기질을 부각시키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세보, 『풍아(風雅)』 384

술집

행화촌 취한 술을 세류풍에 다 깨겠구나
杏花村 醉 술을 細柳風의 다거다
의란조 한 곡조를 유수성에 섞어 타니
猗蘭操  曲調를 流水聲의 섯거니
천고의 누항 자락이 내 뜻인가 하노라.
千古의 陋巷 自樂이 내 인가 노라.

살구꽃은 도연명의 「청명」시로 인해 술집과 깊은 인연을 지니게 되었다. 행화촌(杏花村)이란 살구꽃이 피어 있는 마을이란 뜻도 되겠지만 그보다는 술집이 있는 마을. 나아가 술을파는 아가씨가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작자미상의 위 시조도 행화촌을 찾아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표현했다. 『춘향전』에서 이도령이 춘향의 집을 물으니 춘향은, “소녀의 집을 찾으시려거든 청룡방 행화촌 부용당(芙蓉塘)을 찾으소서”라고 하는 대답에 이도령은, “옳다. 그것 내 알겠다. 청룡방은 동방이요, 행화촌은 술거리요, 부용당은 초당이라 어느 때 찾아가랴”고 한다.

참고문헌

작자미상, 『근화악부(槿花樂府)』 207

야비함

봄의 신이 크게 취하여 넘어지게 되면
이날 밤 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었네
밤이 깊자 수청들 여인을 뽑으려니
복사꽃 미련하고 살구꽃 야비하여 꺼려지네
오직 화왕(모란)의 딸이 있는데
나이 젊고 애교 많고 얼굴도 가장 곱구나
이 꽃이 이날 밤 동군의 수청을 들게 되니
부끄러움 머금고 웃지도 않네
이규보의 한시에서는 봄의 신에게 수청들 여인의 자격 심사에서 화사한 모란이 적격한 것으로 인정되어 천거가 되고 미련한 복숭아꽃이나 야비한 살구꽃은 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여기서도 모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복숭아꽃과 살구꽃을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이규보, 「희작우중소목단가(戱作雨中小牧丹歌)」중에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향수

매화는 반쯤 지고 살구꽃이 피어나니
바다 밖 봄빛은 나그네의 마음 설레이게 하네
멀리 고향집 뜰 북쪽 담장에 선 그 나무 그립구나
아름다운 몇 그루 나무, 내 손수 심은 것인데……
梅花半落杏花開
海外春光客裏催
遙憶故園墻北角
數株芳樹手會栽
마을마다 살구꽃을 봄이 되면 살구꽃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자란 사람이 타향에서 고향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이미지처럼 떠오르는 것이 살구꽃이 핀 마을 풍경이었다. 고향에 대한 애닮은 심정을 살구꽃을 떠올리며 달랬을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진규, 「견화유화(見花有花)」, 『대동시선(大東詩選)』

흐드러짐

대저 왕성은 십만 호 가까운데
봄이 오니 온 고을이 살구꽃 천지로다
大抵王城十萬戶
春來都是杏花村
신위의 작품에서는 조선시대에 일반적인 마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마을의 규모와 마을 가득히 살구꽃을 심은 모습을 표현했다. 이로 보아 살구꽃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임을 알 수 있고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꽃으로 인식했다.

참고문헌

신위, 「윤삼월이일 약여이화사시랑 이동번 아집해거도위남원 념운공부(閏三月二日約與李花史侍郞李東樊雅集海居都尉南園 拈韻共賦)」, 『경수당전고(警修堂全藁)』 책27부『부부집(覆瓿集)』 6

생태

살구꽃은 낙엽 소교목으로 높이는 5~7m이다. 4월경에 꽃이 피며 열매는 6~7월경에 익는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며 연한 붉은 색이다. 지난해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꽃자루가 거의 없으며 지름이 25∼35mm이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뒤로 젖혀지며, 꽃잎은 5개이고 둥근 모양이다.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마을마다 가장 흔하게 피는 꽃이어서 고향을 상징하거나 과거 시점과 결부되어 급제화(及第花)로도 불렸다. 그러나 화사한 색깔로 인해 사군자와는 대조적인 소인배를 암유하기도 한다.

꽃 생태정보

식물명 : 살구
과명 : 장미과
학명 : Prunus armeniaca var. ansu
종류 : 목본(나무)
이명 : 행, 행수, 참살구, 밀살구, 행인
꽃색 : 연한 홍색
계절 : 봄
분포 지리 : 중국 원산(과수작목), 전국 각지
분포 지형 : 재배, 관상용
생육상 : 낙엽소교목(잎이 지는 작은키나무)
높이 : 5~7m
개화기 : 4월 ~ 4월
결실기 : 6~7월
열매의 형태 : 핵과(굳은씨열매)
용도 : 관상용, 식용(열매), 약용(살구씨)
기타 :
사진제공자 : 김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