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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규심

하고 많은 만방의 생명이 멀어도 우러르지 않는 자 없고, 평화로운 천년의 식견(息肩)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마침 화사(華使)의 돌아감을 당하여, 더욱 해를 향하는 규심(葵心)을 바칩니다.

해바라기의 향일성은 흔히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상징한다. 이때 규심(葵心), 경곽(傾藿)은 상투어가 사용되었다. 규심이란 해바라기의 성질이 태양을 향하여 기울어지므로 신하가 임금에게 심력(心力)을 기울여 충성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참고문헌

김구, 「알리고 안부하는 글[告奏起居表]」, 『동문선』 제40권 표전(表箋)

슬기

영가(永嘉) 권희안(權希顔)은 내가 사랑하고 공경하는 자다. 맑으면서도 구차히 남보다 다르게 하지 않았고, 화하면서도 구차히 남과 같으려 하지 않았는데, 조정에 선 지 오래도록 그 뜻을 얻어 베풀지 못했다. 이에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는 뜻을 취해서 자기 마루에 규헌(葵軒)이라고 써 붙이고 나에게 기(記)를 쓰기를 청하였다. 내 이를 사양하지 못하고 전에 들은 바를 더듬어 다음과 같이 쓴다. 대개 이치란 형상이 없고 물(物)에 붙어 비로소 물의 형상이 되고 이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용도(龍圖)와 귀서(龜書)는 성인들이 법으로 삼는 바이며, 시초(蓍草)가 나와 음양의 기우(奇耦)의 변화를 다 궁구하여 만세(萬世)의 물을 열고 일을 이루는 근본이 되었으니, 비록 적은 물건이라도 어찌 이것을 적다고 할것이랴. 근세의 관매(觀梅)를 점치는 학문도 또한 여기에 근본하여 점차 발전한 것이다. 어찌 이것을 그만 둘 수가 있는가. 이로써 희안의 증대부(曾大父) 문정공(文正公)은 도덕과 문장이 백료의 본보기가 되어 그 거처하는 곳을 국재(菊齋)라 했고, 그의 대부(大父) 창화공(昌和公)은 공명과 부귀가 여러 사람들의 으뜸이 되었더니 그 거처하는 곳을 송재(松齋)라고 하였다. 또 그의 아버지는 만호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외척의 세력을 잡아서 숭교리(崇敎理) 연지(蓮池) 옆에 누각을 지어 여기에 운금(雲錦)이라 하되, 그 어버이를 즐겁게 하고 이것이 종족에게까지 미쳐서 익재(益齋) 문충공(文忠公)이 기까지 지어 주었으니, 실로 장한 일이로다.
이제 희안이 해바라기를 취한 것은 대개 그의 가법(家法)인데, 해바라기의 물건됨은 『춘추(春秋)』에도 전해졌고, 속수선생(涑水先生)이 또 이것을 취해다가 시(詩)까지 지었으니, 해바라기가 대접을 받은 것이 크도다.
물과 물에 있는 초목의 꽃이 아주 많지만, 유독 해바라기가 능히 뿌리를 보호할 줄을 아니 이는 슬기가 있음이요, 능히 해를 향하니 이는 충성됨이라, 군자들이 이를 취하는 것이 어찌 부질없는 일이랴. 서리와 이슬이 내려야만 국화는 누르고, 얼음과 눈이 쌓여야만 소나무는 푸르며, 바람과 비가 흩어져야만 연꽃의 향기는 더욱 맑으며, 태양(太陽)이 비쳐야만 해바라기꽃은 기울어지는 것이니, 그 보통의 초목과는 매우 다르도다. 누가 이를 사랑하고 공경하지 않으리요.
국화는 은일(隱逸)이요, 소나무는 절의(節義)이며, 연꽃은 군자요, 해바라기는 지혜와 충성인데, 이들이 어찌해서 한 집에 모두 모였는가. 할아비와 아들과 손자가 서로 계승하여 세상에 혁혁하고, 물건을 취하여 스스로 자기를 나타냄이 이와 같으니 권씨(權氏)가 보통의 초목들로 더불어 같이 썩지 않을 것이 또한 분명하여 사림에 빛을 드리우고 왕국에 명예를 넓힐 것을 가히 기다릴 만하니, 청하건대 이를 기억하기 바라노라.
정사년 납월(臘月)에 쓴다.
해바라기는 뿌리를 보호할 줄 알기 때문에 슬기로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색은 규헌이라는 권희안의 당호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해바라기가 지닌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다. 태양이 비춰야만 해바라기꽃이 핀다고 하여 다른 꽃들과 다른 차별성을 언급했다.

참고문헌

이색, 「규헌기(葵軒記)」의 제1수, 『동문선』 제73권 기(記)

충성

해바라기의 심정으로 오직 임금님 그리워할 뿐
추천받아 들어가고 배척받아 나온 것이 아니었다오
위급한 때 한 해도 저무는 공주의 관소
조정에 못 돌아간다 안달할 것이 있으리요
只是葵心戀黼依入非推挽出非揮
時危歲暮公山館何繫門庭不得歸
경곽은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기울어진다는 속성에서 임금을 향한 신하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리킨다.

참고문헌

최립, 「만흥(漫興)이 일어 절구(絶句)에 첩운하다」의 제1수, 『간이집』 제7권 공산록(公山錄)

생태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잎은 어긋나고 심장꼴이며 대형이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여름철에 노랗게 피며, 줄기 끝에 대형의 두상화를 이루는데, 가장자리에는 혀꼴의 꽃이 늘어서고 가운데에는 관상화가 빽빽이 늘어선다. 꽃이 진 뒤 가을철에는 검게 익은 수과로 되고, 모여서 둥근 벌집꼴로 된다.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꽃이 돈다는 향일성을 지닌 꽃이다. 흔히 해와 해바라기를 임금과 신하, 황제와 제후의 관계로 비유되었으며, 변함없는 신하의 도리를 상징한다.